통풍 원인은 술과 고기만이
아닙니다.
식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요산이 얼마나 만들어지느냐보다 얼마나 배출되느냐가 더 큰 변수입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痛風)입니다. 이름부터 통증을 담고 있죠.
예전에는 중년 남성의 병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은 다릅니다. 40대 친구들끼리 만나면 “통풍 왔냐”는 안부가 오갈 정도로 흔해졌고, 20~30대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통풍 원인을 정확히 짚어보겠습니다. 흔히 알려진 것과 실제가 꽤 다르거든요.
숫자로 보는 변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흐름이 뚜렷합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20대 환자가 49% 급증했습니다. 30대는 26.7%, 40대는 22.6% 늘었고요. 반면 50대는 6.9%, 70대는 3.8% 증가에 그쳤습니다.
즉 젊은 층에서 유독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18~2019년만 해도 50대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2020년대 들어서는 40대가 가장 많아졌습니다.
전체 규모로 보면 2014년 약 30만 명에서 2023년 약 53만 명으로 10년 사이 70% 넘게 늘었습니다. 그중 남성이 약 93%를 차지합니다.
통풍 원인, 요산은 어디서 오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통풍을 “고요산혈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전신 대사질환”으로 정의합니다. 체내에 과도하게 쌓인 요산이 결정화되어 관절과 주변 조직에 침착되면서 반복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신 대사질환’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관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되면서 만들어집니다. 퓨린이 많은 음식으로는 곱창·간 같은 내장육, 진한 고기 국물, 고등어·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 조개류와 갑각류, 그리고 맥주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음식이 전부는 아닙니다
여기서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통풍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이기도 하고요.
“고기를 끊었는데 왜 또 발작이 왔죠?”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음식이 아니라 몸에서 직접 만들어집니다.
세포가 분해되고 재생되는 정상적인 대사 과정에서도 퓨린이 나옵니다. 요산은 본래 세포의 핵산(DNA·RNA)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부산물이거든요.
MSD 매뉴얼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혈중 요산의 대부분은 식사에서 유래하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엄격한 저퓨린 식이요법을 해도 요산 수치는 소량만 낮아져, 통풍 환자에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치료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배출 쪽 문제가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요산은 대부분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나가는데,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아무리 적게 먹어도 쌓입니다.
식단 관리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식단만으로 해결하려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말씀입니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신장에서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임기 여성은 통풍이 드뭅니다.
다만 여기에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요산 배설 능력도 함께 떨어집니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서 50대 여성의 고요산혈증 유병률이 3년 사이 9.8%에서 12.9%로 올라, 여성 연령대 중 증가폭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여성은 통풍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은 폐경 전까지만 유효합니다.
통풍 약, 두 종류가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가 약사로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걸 혼동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염증과 통증을 잡는 약
발작이 왔을 때 씁니다. 소염진통제나 콜히친 계열이 여기 해당합니다. 통증은 빠르게 줄여주지만, 요산 수치 자체는 낮추지 못합니다.
요산을 낮추는 약
알로푸리놀·페북소스타트는 요산 생성을 억제하고, 벤즈브로마론은 배설을 촉진합니다. 통증에는 즉효가 없지만, 재발을 막는 것은 이쪽입니다.
혼동이 생기는 지점은 이겁니다. 발작이 왔을 때 진통제를 먹으면 며칠 만에 통증이 사라지거든요. 그러면 다 나은 것 같아서 요산강하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요산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몇 달 뒤 다시 발작이 오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관절이 영구적으로 손상됩니다.
- 발작이 왔다고 요산강하제를 중단하지 마십시오. 갑작스러운 요산 수치 변동은 오히려 발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새로 시작하는 시점은 의사가 판단합니다. 급성 발작 중에 요산강하제를 처음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치료 방침은 처방의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 증상이 없어도 계속 복용해야 합니다. 요산강하제는 통증을 느끼지 않을 때 효과를 내고 있는 약입니다.
일반의약품 진통제로 버티다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통풍은 진통제로 관리하는 병이 아닙니다. 진단과 요산 수치 확인이 먼저입니다.
참고로 통풍 발작에는 아스피린을 쓰지 않습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오히려 요산 배출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절 통증에 쓰이는 진통제들의 성분별 차이는 관절통 약, 성분별 차이와 복용 주의점에서 정리해두었습니다.
신장과 통풍은 서로를 악화시킵니다
이 관계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요산이 배출되지 않아 통풍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통풍으로 생긴 요산 결정이 신장 조직에도 쌓여 기능을 더 떨어뜨립니다.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거죠.
요로결석도 같은 맥락입니다. 요산 결정이 신장이나 요로에 쌓이면 결석이 됩니다. 요로결석 진단을 받으셨다면 요산 수치도 함께 확인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통풍이 있으면 고혈압 위험이 약 4배, 심부전과 심뇌혈관 질환, 요로결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도 통풍이 만성신질환, 이상지질혈증, 비만, 당뇨병, 심뇌혈관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안내합니다. 복부 비만,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있는 대사증후군 환자에게서 요산 수치가 높은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통풍 진단을 받으셨다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도 함께 확인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통풍 환자가 고혈압을 함께 갖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생활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
물을 충분히
요산은 소변으로 나갑니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배출이 줄어듭니다. 다만 신장 질환으로 수분 제한이 있는 분은 담당 의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맥주는 특히 조심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은 데다, 알코올 자체가 요산 배출을 방해합니다. 이중으로 불리합니다. 다른 술도 좋지 않지만 맥주가 특히 그렇습니다.
급격한 다이어트는 역효과
의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체내에서 케톤이 생기는데, 이게 요산 배출을 방해합니다. 체중 감량은 좋지만 천천히 하셔야 합니다.
운동은 하되 무리하지 않게
체중 관리는 요산 수치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격렬한 운동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요산이 오를 수 있고,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면 배출도 줄어듭니다.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면서 꾸준한 강도로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운동 전후 영양 관리는 달리기 전 음식, 무엇을 언제 먹을까를 참고하십시오.
비교적 안전한 식품
달걀, 우유, 치즈,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은 퓨린 함량이 낮습니다. 저지방 유제품은 오히려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요산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통풍인가요?
아닙니다. 고요산혈증(남성 7.0mg/dL, 여성 6.0mg/dL 이상)이 있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치가 높을수록 발작 위험은 올라가므로, 정기적으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Q 고기를 끊었는데 왜 또 발작이 왔을까요?
체내 요산의 상당 부분은 음식이 아니라 몸에서 직접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배출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적게 먹어도 쌓입니다. 식단 조절만으로 해결이 안 되면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Q 통풍 발작에 진통제를 먹어도 되나요?
급성기에 소염진통제를 쓰는 것은 표준 치료의 일부입니다. 다만 어떤 약을 얼마나 쓸지는 신장 기능과 다른 질환을 고려해 정해야 합니다. 일반의약품으로 반복해서 버티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십시오.
Q 요산강하제는 평생 먹어야 하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요산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결정이 충분히 녹으면 조정할 수 있지만, 이는 의사가 수치를 보며 판단할 영역입니다. 증상이 없다고 임의로 중단하시면 안 됩니다.
Q 여성도 통풍에 걸리나요?
가임기에는 드물지만 폐경 이후에는 위험이 올라갑니다. 여성호르몬이 요산 배출을 돕는데, 이 보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50대 이후 여성분들도 건강검진에서 요산 수치를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통풍
- MSD 매뉴얼 일반인용, 통풍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통풍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 (통풍)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환자에 대한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복용 중인 약의 변경이나 중단은 반드시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