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핀 여드름, 이렇게 검색해서 들어오셨다면 아마 어디선가 “비아핀은 여드름 피부에 발라도 괜찮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으셨을 거예요.
비아핀에멀젼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써 보신 분들은 대부분 “그거 화상연고 아니야?” 하실 거고, 맞습니다, 화상연고 맞아요. 그런데 요즘은 얼굴에 바르는 크림처럼 소개되면서 모공을 안 막는다(논코메도제닉)는 말까지 붙더라고요. 그래서 식약처 허가사항이랑 프랑스 허가서 원문, 그 말의 근거가 된 연구까지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비아핀은 여드름 약이 아니고요, 모공을 안 막는다는 근거도 생각보다 귀여운 규모였어요 ㅎㅎ
1. 비아핀 여드름에 발라도 되나요?
일단 비아핀에멀젼 허가 효능에는 여드름이 없어요. 식약처 허가사항에도 없고, 프랑스 제품정보(RCP)를 뒤져 봐도 여드름이나 모공 얘기는 한 줄도 안 나옵니다.
그럼 ‘모공을 안 막는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찾아보니 2008년에 미국 피부과 전문지에 소개된 연구 하나가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논코메도제닉 근거는 15명 패치 연구 하나
논코메도제닉이 뭐냐면요, 화장품이나 연고가 모공을 막아서 여드름의 시작점(면포)을 만들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에요. 화장품 좀 써 보신 분들은 익숙하실 텐데, 솔직히 저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찾아봤슴미다.
- 어떻게 했냐면: 건강한 성인 15명을 모아서 등에 비아핀을 패치로 12번 붙였고, 마지막에 모공 속을 떼어 내서 면포가 생겼는지 봤어요. 한 명은 붙인 자리가 빨갛게 올라와서 검사를 못 해, 끝까지 남은 건 14명이에요.
- 결과는요: 면포 점수가 비아핀 0.65, 약 없이 붙인 패치 0.79로 차이가 없었대요. 모공을 막는다는 증거는 안 나왔다는 거죠.
- 근데 걸리는 게: 연구비는 당시 제조사(존슨앤드존슨, 지금의 켄뷰)가 전부 냈고, 얼굴이 아니라 등에서 본 거고, 여드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에요. 엄청엄청 믿기엔 다소 귀여운 규모라는 거, 기억해 두세요.
미국의 ‘non-comedogenic’ 비아핀은 다른 제품이에요
헷갈리는 게 하나 더 있어요. 미국 비아핀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non-comedogenic’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는데, 이건 미국에서 화장품으로 나온 Skin Recovery Emulsion이에요. 아보카도 오일이랑 스쿠알란을 앞세운 제품이라, 우리가 약국에서 사는 트롤아민 의약품이랑은 처방부터 다릅니다. 해외 후기만 보고 “비아핀은 모공 안 막는대” 하시면 안 되는 이유예요.
그럼 국내 비아핀은 어떠냐면, 첨가제에 유동파라핀이나 스테아르산 같은 기름 성분이 들어 있어요. 그럼 막는 거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성분마다 모공 막힘 점수를 매겨 둔 표는 오래된 동물 실험에서 나온 거라 완제품에 그대로 대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성분표만 보고 막는다, 안 막는다 딱 잘라 말하는 건 어느 쪽이든 무리라는 거죠.
참고로 저도 얼굴에 직접 발라 봤는데요, 필자는 모공이 태산만큼 넓어서 웬만해선 안 막힐 것 같았슴미다 ㅋㅋ 근데 이건 제 얼굴 하나니까 근거로는 치지 말아 주세요.
- 논코메도제닉은: ‘여드름에 좋다’가 아니라 ‘모공을 잘 안 막는다’는 뜻이에요.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 여드름 자체는: 가라앉히고 싶으면 여드름 약을 쓰시거나 피부과에 가시는 게 맞아요.
- 짜다가 생긴 상처는: 감염 징후 없이 얕으면 비감염성 피부상처로 볼 수 있어요. 고름이 차 있거나 부어 있으면 바르지 마세요.
2. 비아핀 얼굴에 발라도 되나요?
얼굴이라고 못 바르는 약은 아니에요. 얼굴에 살짝 덴 자리나 긁힌 상처라면 허가 범위 안이니까 바르셔도 됩니다. 다만 몇 가지는 꼭 지켜 주세요.
- 눈 주변: 안과용이 아니에요. 눈에 들어가면 바로 물로 씻어 내세요.
- 매일 보습제로 쓰는 건: 프랑스 제품정보에 아예 멀쩡한 피부에 관리용 크림으로 쓰지 말라고 적혀 있어요. 발림성 좋다고 스킨케어처럼 쓰시면 곤란합니다.
- 햇빛 차단: 자외선 막는 성분이 없어요. 바르고 나가면 덜 탈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 따끔거림: 바르자마자 잠깐 따끔할 수 있어요. 드물게 알레르기가 생기니까 빨갛게 번지고 가려우면 그만 바르세요.
| 상황 | 허가 범위 | 허가 범위 아님 |
|---|---|---|
| 얼굴 | 가벼운 화상, 감염 없는 긁힌 상처 | 매일 보습, 여드름 관리 |
| 붉어짐 | 방사선 치료 뒤 붉어진 피부 | 레이저·제모 뒤 진정 |
| 흉터 | – | 여드름 흉터, 오래된 흉터 |
사실 저는 턱수염 제모를 20번 넘게 받았거든요. 받을 때마다 죽을 만큼 아프고, 끝나고 나면 얼굴이 울긋불긋 불야성을 이룹니다 ㅠㅠ 그래서 비아핀이 레이저나 제모 뒤 진정에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귀가 솔깃했어요. 그런데 이건 국내 허가 효능에 들어 있지 않아요. 약사가 허가에 없는 쓰임을 권할 수는 없으니까, 시술 뒤 관리는 시술받은 병원에서 알려 주는 대로 하시는 게 맞습니다.
3. 비아핀 화상연고, 비감염성 상처는 무슨 뜻일까?
비아핀 허가 효능을 다시 읽어 보면 화상 뒤에 ‘기타 비감염성 피부상처’라는 말이 붙어 있어요. 상처면 상처지, 비감염성 피부상처는 또 뭘까요? 의학 교과서에 따로 정의된 말도 아니라서 저도 처음엔 갸우뚱했습니다.
답은 프랑스 허가서 원문에 있었어요. “toute autre plaie cutanée non infectée”, 직역하면 “그 밖의 감염되지 않은 모든 피부 상처”예요. 프랑스 문구를 우리말로 거의 그대로 옮겨 오다 보니 이런 낯선 표현이 된 걸로 보여요. 상처 종류를 말하는 게 아니라 ‘감염이 안 된 상태’라는 뜻으로 읽으시면 됩니다.
- 바를 수 있는 상처: 넘어져 까진 무릎, 운동하다 쓸린 정강이, 면도하다 살짝 베인 자리처럼 얕고 깨끗한 상처요.
- 바르면 안 되는 상처: 피가 계속 나는 상처랑 이미 곪은 상처예요.
이렇게 보면 서랍 속에 처박혀 있던 화상연고가 온 가족 상처약이 될 수도 있는 거죠.
- 감염된 것 같을 때: 고름이 나오거나, 붉은 기가 점점 번지거나, 열감과 통증이 심해지거나, 냄새가 날 때요.
- 화상이 깊거나 넓을 때: 물집이 넓게 잡혔거나 얼굴·손·관절·생식기를 데었을 때요.
- 피가 안 멎을 때: 피 나는 상처는 비아핀 금기예요. 지혈이 먼저입니다.
4. 비아핀 사용법, 두껍게 자주가 핵심
비아핀은 얇게 펴 바르는 크림이 아니에요. 허가된 용법 자체가 ‘두껍게’입니다. 저도 두껍게 바르라길래 듬뿍 짜 봤다가 대참사가 났는데요 ㅋㅋ 그렇게까지는 말고, 상황별로 이렇게 바르시면 돼요.
- 1도 화상 하루 2~4회, 더 이상 흡수되지 않을 때까지 두껍게 바르고 살살 마사지해 주세요.
- 2도 화상·비감염성 상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상처와 그 주변까지 두껍게 올린 다음, 약이 늘 남아 있도록 계속 덧발라 주세요.
- 방사선 치료 뒤 붉어진 피부 하루 2~3회 간격을 두고, 그 부위와 주변에 두껍게 바르고 마사지해 주세요.
덮어야 하는 상처라면 약을 0.5cm쯤 두껍게 올리고 축축한 무균 패드로 덮으시면 돼요. 마른 거즈는 약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여서 오히려 상처를 상하게 할 수 있어서 쓰지 않습니다.
5. ‘바르는 습윤밴드’라는 말, 어디까지 맞을까?
상처는 말려서 딱지를 앉히는 것보다 촉촉하게 두는 게 더 잘 아문다는 게 학계 정설이에요(Junker 2013). 요즘 다들 습윤밴드 붙이시는 이유죠. 비아핀도 상처를 촉촉하게 지켜 주는 쪽이라 ‘바르는 습윤밴드’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습윤밴드가 상처 치료의 클래식이긴 한데, 밴드가 영 안 맞는 경우가 있잖아요. 테이프만 붙이면 빨개지는 분도 계시고, 파스 떼다가 살갗까지 같이 벗겨지는 어르신도 계시고, 무릎이나 팔꿈치처럼 밴드가 자꾸 들뜨는 자리나 밴드로 다 못 덮을 만큼 넓은 부위도 있고요. 이럴 땐 비아핀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습윤밴드랑 비아핀을 다이다이로 붙여서 어느 쪽이 낫다고 확인한 연구는 없어요 ㅋㅋ 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그 정도로만 받아들여 주세요.
6. 비아핀 여드름 자주 묻는 질문
독약의 한마디
일반의약품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의약품은 근거에 따라 정해진 효능만 허가받은 거라서,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건 맞지 않다는 게 제 입장이에요.
그렇다고 비아핀을 화상에만 쓰기엔 아까운 것도 사실이에요. 감염 안 된 웬만한 상처에는 다 쓸 수 있게 허가가 나 있으니까요. 다만 매일 바르는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라는 것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글쓴이
이정훈 약사 (약사 면허 15년, 면허번호 61641). 제약회사 R&D와 외국계 제약사 인허가 업무를 거쳐, 7년째 신논현역 별하약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비아핀에멀젼(트롤아민) 허가정보 (2026.11 확인)
- ANSM, BIAFINE émulsion pour application cutanée 제품정보(RCP)
- Base de données publique des médicaments, BIAFINE 첨가제 목록
- Dermatology Times, Biafine noncomedogenic emulsion, 2008.3.1
- Biafine 미국 공식 사이트(biafine.com), Skin Recovery Emulsion 제품 소개
- Junker JP, et al. Adv Wound Care 2013;2(7):348-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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