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줄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제! 칼소디 (QALSODY)가 2024년 8월 한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었습니다.
SOD1 유전자 변이 관련 루게릭병을 겨냥한 최초의 표적치료제인 칼소디에 대해 약사가 직접 알려드립니다. 본 글 마지막의 핵심 포인트 정리까지 놓치지 말고 정독해주세요.
갑자기 몸이 굳어가는 병? 루게릭병이란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우주의 비밀을 밝혔던 스티븐 호킹 박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타자 루 게릭. 모두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을 앓았습니다.
루게릭병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인간의 운동신경세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서서히 사라지는 희귀한 신경질환입니다. 연간 10만명당 1-2명 정도만 발병하는 질환입니다.
루게릭병은 근육을 약하게 만들어요. 사람이 말할 때, 숨쉴 때, 음식을 먹을 때, 모두 미세한 근육들의 도움이 필요한데요. 루게릭병으로 인해 근육이 약해지거나 운동세포가 사라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숨쉬기, 음식 삼키기 조차도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루게릭병 환자들은 인지 능력은 유지되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통해 인간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죠.
루게릭병의 원인은 SOD1 유전자
최근 루게릭병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SOD1이라는 유전자가 루게릭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SOD1 유전자는 Superoxide Dismutase 1의 약자로, 항산화 효소를 암호화하는 유전자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씀드리면 SOD1 유전자는 몸 속 세포에 나쁜 작용을 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를 만드는데요.
1993년 유전적으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가족들의 약 20%에서 SOD1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1
이후 SOD1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며
- SOD1 돌연변이로 인해 정상적인 항산화 기능이 소실됨
- 이로 인해 세포 내 유해한 활성산소가 증가하여 신경세포가 손상됨
- 일부 SOD1 돌연변이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되는 현상을 촉진함
- 이와 같은 비정상적 단백질 응집은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Aβ) 단백질과 유사한 특성을 보임
등이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난치성 질환으로만 여겨진 루게릭병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칼소디 또한 SOD1을 타겟하는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제입니다.
루게릭병 환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칼소디의 원리
SOD1 돌연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칼소디는 SOD1 mRNA를 표적하는 약입니다. 갑자기 mRNA?라는 녀석이 등장하여 당황스러우신가요?
돌연변이 유전자 제조법을 차단
SOD1 돌연변이 유전자를 만들려면 ‘이상한 유전자 생성원리’가 담긴 레시피가 필요한데요.
돌연변이 유전자를 만드는 엉뚱한 레시피가 바로 mRNA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는 흑백요리사 에드워드리, 나폴리맛피아의 레시피 대로 파인다이닝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엉뚱한 김풍 요리사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면 결과물이 예상대로 안나오겠죠? (김풍님 죄송합니다..)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제 칼소디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SO)라는 기술을 통해 잘못된 레시피, 즉 돌연변이 유전자를 만드는 정보가 담긴 mRNA에 작동합니다.
이로서 루게릭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SOD1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약이에요.
칼소디의 루게릭병 치료 효과는?
칼소디의 치료효과는 임상시험 결과 (Valor trials)2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계: 근본적으로 루게릭병을 완치할 순 없었다.
루게릭병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할 때에는 근육이 위축되거나 딱딱해지는 정도를 파악하는 ALSFRS-R을 사용합니다. 말하기, 음식 삼키키, 글쓰기, 걷기, 계단오르기와 같은 일상의 활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평가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칼소디는 ALSFRS-R 점수에 있어서 기존 치료제들과 비교했을 때 드라마틱한 반전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아주 약간의 개선만 보였을 뿐이죠.
희망: 신경 손상 및 퇴화 감소
칼소디는 치료받은 환자들의 운동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진 못했습니다. 다만 혈액학적으로 측정해보았을 때 신경 손상 정도나 퇴화 정도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시 두드러진 개선을 보여줬어요.
칼소디: 신경퇴화 정도 55% 감소 Vs 기존 치료제: 신경퇴화 정도 12% 증가

SOD1 변이가 있는 루게릭 환자에게만 사용
칼소디는 SOD1 변이가 있는 루게릭병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제로, 루게릭병 환자 모두에게 사용가능한 약은 아닙니다.
루게릭병 치료제 칼소디: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칼소디 (Qalsody)는 2023년 4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같은 해 10월 유럽에서도 허가된 약입니다.
칼소디는 아직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되진 않았으나, 도입이 시급한 난치성/희귀 질환 치료제는 비교적 빠르게 심사/승인됩니다.
2024년 8월 한국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칼소디, 하루빨리 신속심사를 통해 루게릭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해봅니다.
루게릭병을 정복하는 그날까지: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
루게릭병은 매우 희귀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약을 개발하고 만드는 제약회사 입장에선 연구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위 ‘돈이 안되기’ 때문일텐데요.
하지만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혁신적인 신약 연구개발이 중단되어서는 안됩니다. 희귀질환을 연구하는 약사, 의사, 제약회사, 연구소가 돈이 없어서 연구가 중단되지 않도록 국가적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칼소디 (Qalsody)는 최초의 루게릭 원인 표적 치료제로 한걸음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완치가 어렵다는 점, SOD1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사용가능한 제한적 루게릭 치료제라는 한계 또한 분명한데요.
루게릭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웃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신약이 얼른 개발되길 기원합니다.